웨딩드레스 브랜드 베라왕, 홈쇼핑서 일상복을 팔다
라이선스 패션이 홈쇼핑 객단가를 47% 끌어올린 이유
라이선스 패션이 홈쇼핑 객단가를 47% 끌어올린 이유
CJ온스타일이 오는 29일 미국 뉴욕 브랜드 베라왕의 2026년 가을·겨울(FW) 컬렉션을 국내 홈쇼핑 최초로 단독 선보인다. 베라왕은 그동안 한국에서 웨딩드레스로만 각인돼 있던 이름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오는 건 웨딩드레스가 아니라 점퍼·블라우스·원피스·팬츠 같은 40개 스타일의 데일리 컬렉션이다. 결혼식 하루를 위한 브랜드가 매일 입는 옷장으로 옮겨오는 셈인데, 이 변화가 눈에 띄는 이유는 단순히 브랜드 하나가 새로 들어와서가 아니라 홈쇼핑이라는 채널 자체가 해외 명품 라이선스 패션을 성장 엔진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CJ온스타일에 따르면 바니스 뉴욕, 브룩스 브라더스, 락포트 등 이미 들여온 라이선스 브랜드들의 건단가는 회사 전체 패션 평균보다 47% 높다. 베라왕은 그 줄의 가장 무거운 카드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계약의 핵심은 오리지널이라는 단어에 있다. CJ온스타일은 2015년에도 베라왕과 손잡은 적이 있다. 당시엔 아시아 최초 서브 라이선스 형태로 VW베라왕이라는 별도 브랜드를 만들어, 베라왕의 디자인 헤리티지에 국내 고객 취향을 섞은 상품을 팔았다. 그 방식으로 5년 만에 누적 주문금액 4천억 원을 넘겼으니 실패한 시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국내 취향에 맞춰 재해석한 파생 브랜드가 아니라, 베라왕 본사가 만든 오리지널 컬렉션 그대로를 들여온다. 이름도 VW베라왕이 아니라 그냥 베라왕이다. 로컬라이즈된 라이선스에서 글로벌 정체성을 그대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한 단계 올라선 셈이다. 콘셉트는 모던 얼루어로, 꾸뛰르의 우아함과 스트리트의 대담함을 섞어 블랙·화이트를 기본으로 레이스·러플·벨벳·새틴을 배합했다. 대표 상품인 칼라일 새틴 드레스, 언밸런스 플리츠 스커트 등 약 40개 스타일이 8월 29일 첫 방송에 오른다. 결혼식용 한 벌이 아니라 매일 꺼내 입는 옷장 단위의 라인업이라는 점이 이전 VW베라왕 시절과 가장 뚜렷하게 갈리는 지점이다.
왜 지금인가
홈쇼핑이 유독 해외 라이선스 패션에 힘을 주는 시점이라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CJ온스타일이 공개한 수치를 보면 바니스 뉴욕·브룩스 브라더스·락포트 같은 라이선스 브랜드의 올 상반기 건단가는 전체 패션 평균보다 47% 높다. 홈쇼핑은 오랫동안 가성비와 실속형 특가로 설명되는 채널이었는데, 정작 매출 단가를 밀어 올리는 건 반대로 비싼 라이선스 브랜드라는 뜻이다. 채널이 성장하려면 건당 주문 금액을 키워야 하는데, 자체 브랜드를 새로 키우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해외 브랜드 이름값을 빌려오는 쪽이 훨씬 빠르고 리스크도 작다. 게다가 CJ온스타일은 다음달 11일까지 약 150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2026 FW 패션 쇼케이스를 진행 중이라, 베라왕의 합류 시점 자체가 가을 신상품 시즌의 화력을 모으는 타이밍과 정확히 맞물린다. 웨딩드레스 브랜드가 데일리웨어로 확장하는 흐름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정 순간을 위한 하이엔드 브랜드가 일상복 라인으로 넘어오는 사례가 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날만 입는 브랜드였던 이름들을 평소에도 마주치게 된다는 뜻이 된다.
다음에 볼 것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건 8월 29일 토요일 첫 방송이다. CJ온스타일은 모바일 라이브 등을 통해 브랜드 스토리와 컬렉션을 소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판매 방식이 기존 홈쇼핑 편성과 얼마나 다르게 짜이는지가 첫 관전 포인트다. 가격대나 사이즈 구성처럼 구매를 좌우하는 세부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는데, 오리지널 컬렉션인 만큼 과거 VW베라왕 시절보다 가격이 어느 선에서 형성될지가 관심사다. 더 크게 보면, 이번 건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CJ온스타일이 밝힌 프리미엄 패션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에 따라 비슷한 성격의 글로벌 브랜드가 추가로 붙을 가능성이 크다. 바니스 뉴욕·브룩스 브라더스·락포트에 이어 베라왕까지, 홈쇼핑 한 채널 안에 서로 다른 해외 브랜드 라이선스가 쌓이는 그림이다. 다음달 11일까지 이어지는 FW 패션 쇼케이스에서 베라왕이 다른 150개 브랜드 사이에서 어떤 존재감을 보이는지, 그리고 이 라이선스 확장 전략이 다른 홈쇼핑사로도 번지는지를 함께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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