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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85주년에 '낡음'을 미래로 바꾸다

낡아야 완성되는 가방, 코치의 새 실험

JD 젤리비 편집국 · 2026.09.29 SHARE · COPY LINK

낡아야 완성되는 가방, 코치의 새 실험

1941년 릴리안과 마일스 칸 부부가 맨해튼의 작은 가죽공방 '맨해튼 레더 백스'로 시작한 코치가 창립 85주년을 맞아 뉴욕 피어36에서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을 공개했다. 지금은 태피스트리(Tapestry Inc.) 산하 핵심 브랜드로 자리잡은 코치가 85년이라는 시간을 기념하며 내놓은 답은 뜻밖에도 새로움이 아니라 '낡음'이었다. 이번 쇼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새로운 소재나 파격적인 실루엣이 아니라, 오래 써서 생긴 흠집과 주름, 색바램을 오히려 정교하게 되살려낸 '러브드 레더' 기법이었다. 금박과 은박을 장인이 손으로 하나하나 문질러 넣어 수십 년을 착용한 듯한 질감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인데, 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비버스가 13년째 이끌어온 코치 부활 서사를 한 장면으로 압축한 선택이다. 새것처럼 완벽하게 보이려는 경쟁이 아니라 오래 쓴 것처럼 보이려는 경쟁, 낡음 자체를 설계하고 값을 매기는 이 낯선 반전이 지금 럭셔리 런웨이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흠집을 지우는 대신 흠집을 팔기 시작한 순간을, 하나의 사업적 신호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의 축은 클래식한 테일러링이다. 슬림한 실루엣과 각진 숄더라인, 흐르는 듯한 팬츠로 구성된 첫 룩부터 단정한 무드를 잡아두면서도, 정작 봉제 방식에서는 관습을 뒤집었다. 원래 옷 안쪽에 숨어야 할 안감과 심지를 겉으로 드러내는 인사이드아웃 기법을 적용해, 안감용 원단을 표지 소재로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러브드 레더'다. 가죽 표면에 금색과 은색 금속박을 손으로 문질러 넣고 그 위에 색종이 조각과 글리터를 겹쳐, 한 점씩 전부 다른 질감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대량생산 럭셔리 제품이 균일한 완성도를 자랑하던 방식과 정반대로, 이번 시즌은 오히려 불균일함과 개체차를 상품성으로 내세운 셈이다. 파티 무드로 넘어가는 후반부에서도 같은 철학이 이어진다. 은색에서 연핑크, 무지갯빛으로 번지는 스팽글 장식에는 봉제가 끝난 뒤 일부러 제품염색과 워싱 가공을 더해 광택과 윤곽을 흐릿하게 눌렀다. 반짝임을 극대화하는 대신 시간이 지나 색이 바랜 듯한 뉘앙스를 인위적으로 얹은 것인데, 이는 빈티지 가죽웨어와 데님을 그대로 재구성해 룩에 배치한 방식과도 같은 선상에 있다. 이미 시간을 품은 소재를 부정하지 않고 그 위에 새 가치를 쌓아 올리는 태도가 컬렉션 전체를 관통한다.

왜 지금인가

코치가 이런 선택을 내놓은 시점은 우연이 아니다. 스튜어트 비버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2013년, 코치는 한때의 전성기를 지나 정체된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로부터 13년, 헤리티지 가죽 공예의 우월성과 현대적 감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다시 일으켜세운 끝에 맞은 85주년이다. 그렇기에 이번 컬렉션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회고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설계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창립기념일을 계기로 브랜드 서사 전체를 재해석해 보여주는 흐름은 최근 럭셔리 하우스들 사이에서 반복되고 있는 패턴이기도 하다.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새로움만으로 승부하기보다, 쌓아온 시간 자체를 자산으로 재포장해 정통성을 증명하려는 움직임이 짙어지는 시기라는 뜻이다. 동시에 소비자 쪽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새 제품보다 손때 묻은 물건에 이야기와 애착을 느끼는 정서가 리세일·빈티지 시장 성장과 함께 대중적으로 퍼지고 있고, 완벽한 신상품보다 사용의 흔적이 담긴 물건을 더 가치 있게 보는 감각이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확산 중이다. 뉴욕 다운타운이라는 발표 장소, 그리고 엘르 패닝과 스톰 리드, 아이라 스타 같은 젊은 셀러브리티들이 객석을 채운 구성도 이 컬렉션이 겨냥한 대상이 헤리티지를 소비하는 오래된 고객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컬렉션의 컬러 팔레트도 흘려보낼 지점이 아니다. 비버스가 혼인신고를 하러 갔던 날의 뉴욕 시청 대리석 질감, 그리고 그날 보도블록에 흩어져 있던 색종이 조각에서 착안했다는 더스티 그레이, 소프트 브라운, 페리윙클, 민트 같은 바랜 톤들이 컬렉션 전체의 색감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배색이 아니라 개인적 기억을 상품의 언어로 옮기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디자인 논리로 자리잡았다는 신호로 읽을 만하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에 공개된 신규 백들이 실제 매장에 언제, 어떤 가격대로 도착하느냐다. 2027년 봄여름 시즌 상품인 만큼 실제 출시까지는 시차가 있겠지만, '러브드 레더' 기법이 시즌 한정 쇼피스에 그치지 않고 상시 라인업으로 확장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른 하나는 이 '의도된 낡음' 미학이 코치 한 브랜드의 시즌 콘셉트로 끝날지, 아니면 다른 하우스들도 따라 쓰는 하나의 포맷으로 번질지다. 흠집과 주름을 결점이 아니라 서사로 파는 방식이 통한다면, 다음 시즌 다른 브랜드의 런웨이에서도 비슷한 언어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 흐름이 단순한 스타일링 유행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건에 새겨진 사용의 흔적을 값으로 인정하는 감각이 넓어질수록, 중고·리세일 시장에서 '얼마나 낡았는가'가 오히려 값을 올리는 근거로 작동하는 장면도 더 흔해질 수 있다. 코치가 이번 시즌 하나의 기법으로 던진 질문, 즉 시간이 만든 흔적을 결점이 아니라 서사로 되팔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브랜드들이 어떻게 응답하는지가 다음 시즌을 가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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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85주년에 '낡음'을 미래로 바꾸다

낡아야 완성되는 가방, 코치의 새 실험

젤리비 편집국·2026.09.29·6 MIN

낡아야 완성되는 가방, 코치의 새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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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라졌나 왜 지금인가 다음에 볼 것

1941년 릴리안과 마일스 칸 부부가 맨해튼의 작은 가죽공방 '맨해튼 레더 백스'로 시작한 코치가 창립 85주년을 맞아 뉴욕 피어36에서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을 공개했다. 지금은 태피스트리(Tapestry Inc.) 산하 핵심 브랜드로 자리잡은 코치가 85년이라는 시간을 기념하며 내놓은 답은 뜻밖에도 새로움이 아니라 '낡음'이었다. 이번 쇼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새로운 소재나 파격적인 실루엣이 아니라, 오래 써서 생긴 흠집과 주름, 색바램을 오히려 정교하게 되살려낸 '러브드 레더' 기법이었다. 금박과 은박을 장인이 손으로 하나하나 문질러 넣어 수십 년을 착용한 듯한 질감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인데, 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비버스가 13년째 이끌어온 코치 부활 서사를 한 장면으로 압축한 선택이다. 새것처럼 완벽하게 보이려는 경쟁이 아니라 오래 쓴 것처럼 보이려는 경쟁, 낡음 자체를 설계하고 값을 매기는 이 낯선 반전이 지금 럭셔리 런웨이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흠집을 지우는 대신 흠집을 팔기 시작한 순간을, 하나의 사업적 신호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컬렉션의 축은 클래식한 테일러링이다. 슬림한 실루엣과 각진 숄더라인, 흐르는 듯한 팬츠로 구성된 첫 룩부터 단정한 무드를 잡아두면서도, 정작 봉제 방식에서는 관습을 뒤집었다. 원래 옷 안쪽에 숨어야 할 안감과 심지를 겉으로 드러내는 인사이드아웃 기법을 적용해, 안감용 원단을 표지 소재로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러브드 레더'다. 가죽 표면에 금색과 은색 금속박을 손으로 문질러 넣고 그 위에 색종이 조각과 글리터를 겹쳐, 한 점씩 전부 다른 질감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대량생산 럭셔리 제품이 균일한 완성도를 자랑하던 방식과 정반대로, 이번 시즌은 오히려 불균일함과 개체차를 상품성으로 내세운 셈이다. 파티 무드로 넘어가는 후반부에서도 같은 철학이 이어진다. 은색에서 연핑크, 무지갯빛으로 번지는 스팽글 장식에는 봉제가 끝난 뒤 일부러 제품염색과 워싱 가공을 더해 광택과 윤곽을 흐릿하게 눌렀다. 반짝임을 극대화하는 대신 시간이 지나 색이 바랜 듯한 뉘앙스를 인위적으로 얹은 것인데, 이는 빈티지 가죽웨어와 데님을 그대로 재구성해 룩에 배치한 방식과도 같은 선상에 있다. 이미 시간을 품은 소재를 부정하지 않고 그 위에 새 가치를 쌓아 올리는 태도가 컬렉션 전체를 관통한다.

왜 지금인가

코치가 이런 선택을 내놓은 시점은 우연이 아니다. 스튜어트 비버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2013년, 코치는 한때의 전성기를 지나 정체된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로부터 13년, 헤리티지 가죽 공예의 우월성과 현대적 감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다시 일으켜세운 끝에 맞은 85주년이다. 그렇기에 이번 컬렉션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회고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설계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창립기념일을 계기로 브랜드 서사 전체를 재해석해 보여주는 흐름은 최근 럭셔리 하우스들 사이에서 반복되고 있는 패턴이기도 하다.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새로움만으로 승부하기보다, 쌓아온 시간 자체를 자산으로 재포장해 정통성을 증명하려는 움직임이 짙어지는 시기라는 뜻이다. 동시에 소비자 쪽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새 제품보다 손때 묻은 물건에 이야기와 애착을 느끼는 정서가 리세일·빈티지 시장 성장과 함께 대중적으로 퍼지고 있고, 완벽한 신상품보다 사용의 흔적이 담긴 물건을 더 가치 있게 보는 감각이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확산 중이다. 뉴욕 다운타운이라는 발표 장소, 그리고 엘르 패닝과 스톰 리드, 아이라 스타 같은 젊은 셀러브리티들이 객석을 채운 구성도 이 컬렉션이 겨냥한 대상이 헤리티지를 소비하는 오래된 고객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컬렉션의 컬러 팔레트도 흘려보낼 지점이 아니다. 비버스가 혼인신고를 하러 갔던 날의 뉴욕 시청 대리석 질감, 그리고 그날 보도블록에 흩어져 있던 색종이 조각에서 착안했다는 더스티 그레이, 소프트 브라운, 페리윙클, 민트 같은 바랜 톤들이 컬렉션 전체의 색감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배색이 아니라 개인적 기억을 상품의 언어로 옮기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디자인 논리로 자리잡았다는 신호로 읽을 만하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에 공개된 신규 백들이 실제 매장에 언제, 어떤 가격대로 도착하느냐다. 2027년 봄여름 시즌 상품인 만큼 실제 출시까지는 시차가 있겠지만, '러브드 레더' 기법이 시즌 한정 쇼피스에 그치지 않고 상시 라인업으로 확장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다른 하나는 이 '의도된 낡음' 미학이 코치 한 브랜드의 시즌 콘셉트로 끝날지, 아니면 다른 하우스들도 따라 쓰는 하나의 포맷으로 번질지다. 흠집과 주름을 결점이 아니라 서사로 파는 방식이 통한다면, 다음 시즌 다른 브랜드의 런웨이에서도 비슷한 언어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 흐름이 단순한 스타일링 유행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건에 새겨진 사용의 흔적을 값으로 인정하는 감각이 넓어질수록, 중고·리세일 시장에서 '얼마나 낡았는가'가 오히려 값을 올리는 근거로 작동하는 장면도 더 흔해질 수 있다. 코치가 이번 시즌 하나의 기법으로 던진 질문, 즉 시간이 만든 흔적을 결점이 아니라 서사로 되팔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브랜드들이 어떻게 응답하는지가 다음 시즌을 가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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