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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피룩, 왜 더 플라자에서 다시 태어났나

토미 힐피거, 40년의 코드를 흐트러뜨리다

JD 젤리비 편집국 · 2026.09.29 SHARE · COPY LINK

토미 힐피거, 40년의 코드를 흐트러뜨리다

토미 힐피거가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을 뉴욕의 랜드마크 호텔 더 플라자에서 공개했다. 지난 9월 10일 뉴욕 패션위크 개막일에 열린 이번 쇼는 단순히 화려한 장소를 고른 게 아니라, 브랜드 설립 40여 년을 맞아 디자이너 토미 힐피거 자신이 한때 가족과 함께 펜트하우스에서 살았던 개인적 공간으로 무대를 되돌린 선택이었다. 최근 패션위크 쇼들이 컬렉션 자체보다 그 컬렉션을 보여주는 장소와 서사를 브랜드의 핵심 무기로 내세우는 흐름과 정확히 맞물리는 사례라 눈에 띈다. 지지 하디드가 첫 룩을 열었고 케이트 모스, 블랙핑크 지수, 카밀라 카베요, 나카시마 유토, 뉴욕 닉스 선수단까지 객석을 채운 이 쇼는 프레피룩이라는 오래된 코드를 지금의 언어로 다시 쓰는 법을 보여준 자리였다. 패션, 음악, 스포츠 팬덤이 한 쇼장에서 겹치는 캐스팅 자체가, 왜 한 브랜드의 런웨이가 패션 뉴스를 넘어 여러 커뮤니티에서 동시에 화제가 되는지를 설명해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새 컬렉션의 옷보다 그 옷을 처음 보여주는 방식이 먼저 화제가 된 셈인데, 이는 헤리티지 브랜드가 오래된 정체성을 지금 세대에게 다시 설득하려 할 때 무엇을 먼저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무엇이 달라졌나

쇼가 열린 곳은 더 플라자 안에서도 팜코트와 테라스 룸이었다. 손님을 맞는 웰컴 샴페인 바와 클래식 생연주가 함께한 구성은 브랜드가 게스트를 자택으로 초대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는 텐트를 세우고 런웨이만 도는 통상적 패션위크 쇼 포맷과는 결이 다르다. 옷 자체의 변화도 뚜렷하다. 오버사이즈 러거셔츠, 허리선을 낮춘 팬츠, 지지 하디드가 입은 헐렁한 와이드팬츠 등 몸에서 한 발 떨어지는 실루엣이 컬렉션 전반을 지배했고, 새틴 광택 소재와 시어 소재를 곳곳에 배치해 봄여름다운 가벼움을 더했다. 서로 다른 패턴을 겹쳐 입거나 대담한 컬러 블로킹을 시도하는 등 스타일링에서도 이전 시즌보다 자유로운 감각이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브랜드를 대표해온 러거셔츠, 옥스퍼드셔츠, 타탄체크, 폴로셔츠, 치노팬츠, 로퍼 같은 프레피의 정석 아이템들을 그대로 복각하지 않고 사이즈와 길이, 색상, 소재를 큰 폭으로 바꿔 재편집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칼라를 세워 입거나 핫팬츠와 매치하고, 90년대풍 스케이트슈즈와 레더로 바꾼 풀 슬라이드까지 더해 신구를 자유롭게 섞는 무드를 완성했다. 정갈함이 생명이던 프레피룩에 일부러 흐트러뜬 태를 얹은 셈이다.

왜 지금인가

토미 힐피거는 그동안에도 그랜드 센트럴 오이스터 바나 브루클린 브리지가 보이는 이스트리버 선상 등 뉴욕을 상징하는 장소를 쇼 무대로 골라온 브랜드다. 이번에 더 플라자를 택한 것은 그 연장선이면서도 한 걸음 더 들어간 선택이다. 장소가 브랜드 히스토리가 아니라 디자이너 개인의 삶과 겹치는 지점을 짚었기 때문이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뉴요커들이 클래식한 옷을 자기식으로 흐트러뜨려 입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왔다는 브랜드의 오랜 태도를, 이번엔 자기 자신의 과거로 되돌아가 증명한 자리인 셈이다. 이 시점이 눈에 띄는 이유는 또 있다. 뉴욕 패션위크 개막일이라는 상징적 타이밍에 패션, 음악, 스포츠를 넘나드는 인물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캐스팅이다. 케이트 모스 같은 90년대 아이콘부터 블랙핑크 지수, 카밀라 카베요 같은 글로벌 팝 스타, 나카시마 유토 같은 배우, 뉴욕 닉스 선수단까지 한 쇼장에 앉는 조합은 패션위크 소식이 패션 매체 밖으로, 팬덤을 타고 훨씬 빠르게 퍼지는 지금의 확산 구조를 정확히 겨냥한 캐스팅이다. 헤리티지 브랜드일수록 컬렉션 자체보다 그 순간을 누가 목격했는지가 화제를 좌우하는 요즘 패션위크의 문법과 맞아떨어진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쇼에서 재편집된 러거셔츠나 로퍼, 와이드팬츠 같은 룩들이 실제 매장에 어떤 형태로 도착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봄여름 컬렉션은 통상 다음 시즌 유통 사이클에 맞춰 순차적으로 매장에 풀리는 만큼, 런웨이의 과감한 재편집 중 어느 정도가 실제 판매 라인업까지 살아남는지를 지켜볼 만하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이번처럼 역사적 호텔이나 도시의 상징적 공간을 무대로 삼는 방식이 다른 헤리티지 브랜드로 확산될지 여부다. 장소 자체를 서사로 쓰는 이 접근이 통했다면, 다가올 시즌 뉴욕 패션위크에서 비슷한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지 하디드와 블랙핑크 지수 등 참석자들이 쇼장에서 입은 룩이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시 퍼지는지도 함께 볼 지점이다. 이런 이미지가 빠르게 도는 순간이 바로 브랜드가 프레피룩을 다시 유행의 중심으로 끌어오려는 흐름의 실제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참석자 면면이 케이팝부터 스포츠까지 걸쳐 있었던 만큼, 이 룩들이 각 팬덤 안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소비되는지를 따라가 보면 프레피룩이라는 클래식 코드가 다음 시즌 대중적 유행으로 이어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쇼는 한 시즌의 옷보다, 헤리티지 브랜드가 자기 역사를 어떻게 다시 꺼내 쓰는지를 보여주는 실험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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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피룩, 왜 더 플라자에서 다시 태어났나

토미 힐피거, 40년의 코드를 흐트러뜨리다

젤리비 편집국·2026.09.29·5 MIN

토미 힐피거, 40년의 코드를 흐트러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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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라졌나 왜 지금인가 다음에 볼 것

토미 힐피거가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을 뉴욕의 랜드마크 호텔 더 플라자에서 공개했다. 지난 9월 10일 뉴욕 패션위크 개막일에 열린 이번 쇼는 단순히 화려한 장소를 고른 게 아니라, 브랜드 설립 40여 년을 맞아 디자이너 토미 힐피거 자신이 한때 가족과 함께 펜트하우스에서 살았던 개인적 공간으로 무대를 되돌린 선택이었다. 최근 패션위크 쇼들이 컬렉션 자체보다 그 컬렉션을 보여주는 장소와 서사를 브랜드의 핵심 무기로 내세우는 흐름과 정확히 맞물리는 사례라 눈에 띈다. 지지 하디드가 첫 룩을 열었고 케이트 모스, 블랙핑크 지수, 카밀라 카베요, 나카시마 유토, 뉴욕 닉스 선수단까지 객석을 채운 이 쇼는 프레피룩이라는 오래된 코드를 지금의 언어로 다시 쓰는 법을 보여준 자리였다. 패션, 음악, 스포츠 팬덤이 한 쇼장에서 겹치는 캐스팅 자체가, 왜 한 브랜드의 런웨이가 패션 뉴스를 넘어 여러 커뮤니티에서 동시에 화제가 되는지를 설명해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새 컬렉션의 옷보다 그 옷을 처음 보여주는 방식이 먼저 화제가 된 셈인데, 이는 헤리티지 브랜드가 오래된 정체성을 지금 세대에게 다시 설득하려 할 때 무엇을 먼저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무엇이 달라졌나

쇼가 열린 곳은 더 플라자 안에서도 팜코트와 테라스 룸이었다. 손님을 맞는 웰컴 샴페인 바와 클래식 생연주가 함께한 구성은 브랜드가 게스트를 자택으로 초대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는 텐트를 세우고 런웨이만 도는 통상적 패션위크 쇼 포맷과는 결이 다르다. 옷 자체의 변화도 뚜렷하다. 오버사이즈 러거셔츠, 허리선을 낮춘 팬츠, 지지 하디드가 입은 헐렁한 와이드팬츠 등 몸에서 한 발 떨어지는 실루엣이 컬렉션 전반을 지배했고, 새틴 광택 소재와 시어 소재를 곳곳에 배치해 봄여름다운 가벼움을 더했다. 서로 다른 패턴을 겹쳐 입거나 대담한 컬러 블로킹을 시도하는 등 스타일링에서도 이전 시즌보다 자유로운 감각이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브랜드를 대표해온 러거셔츠, 옥스퍼드셔츠, 타탄체크, 폴로셔츠, 치노팬츠, 로퍼 같은 프레피의 정석 아이템들을 그대로 복각하지 않고 사이즈와 길이, 색상, 소재를 큰 폭으로 바꿔 재편집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칼라를 세워 입거나 핫팬츠와 매치하고, 90년대풍 스케이트슈즈와 레더로 바꾼 풀 슬라이드까지 더해 신구를 자유롭게 섞는 무드를 완성했다. 정갈함이 생명이던 프레피룩에 일부러 흐트러뜬 태를 얹은 셈이다.

왜 지금인가

토미 힐피거는 그동안에도 그랜드 센트럴 오이스터 바나 브루클린 브리지가 보이는 이스트리버 선상 등 뉴욕을 상징하는 장소를 쇼 무대로 골라온 브랜드다. 이번에 더 플라자를 택한 것은 그 연장선이면서도 한 걸음 더 들어간 선택이다. 장소가 브랜드 히스토리가 아니라 디자이너 개인의 삶과 겹치는 지점을 짚었기 때문이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뉴요커들이 클래식한 옷을 자기식으로 흐트러뜨려 입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왔다는 브랜드의 오랜 태도를, 이번엔 자기 자신의 과거로 되돌아가 증명한 자리인 셈이다. 이 시점이 눈에 띄는 이유는 또 있다. 뉴욕 패션위크 개막일이라는 상징적 타이밍에 패션, 음악, 스포츠를 넘나드는 인물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캐스팅이다. 케이트 모스 같은 90년대 아이콘부터 블랙핑크 지수, 카밀라 카베요 같은 글로벌 팝 스타, 나카시마 유토 같은 배우, 뉴욕 닉스 선수단까지 한 쇼장에 앉는 조합은 패션위크 소식이 패션 매체 밖으로, 팬덤을 타고 훨씬 빠르게 퍼지는 지금의 확산 구조를 정확히 겨냥한 캐스팅이다. 헤리티지 브랜드일수록 컬렉션 자체보다 그 순간을 누가 목격했는지가 화제를 좌우하는 요즘 패션위크의 문법과 맞아떨어진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쇼에서 재편집된 러거셔츠나 로퍼, 와이드팬츠 같은 룩들이 실제 매장에 어떤 형태로 도착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봄여름 컬렉션은 통상 다음 시즌 유통 사이클에 맞춰 순차적으로 매장에 풀리는 만큼, 런웨이의 과감한 재편집 중 어느 정도가 실제 판매 라인업까지 살아남는지를 지켜볼 만하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이번처럼 역사적 호텔이나 도시의 상징적 공간을 무대로 삼는 방식이 다른 헤리티지 브랜드로 확산될지 여부다. 장소 자체를 서사로 쓰는 이 접근이 통했다면, 다가올 시즌 뉴욕 패션위크에서 비슷한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지 하디드와 블랙핑크 지수 등 참석자들이 쇼장에서 입은 룩이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시 퍼지는지도 함께 볼 지점이다. 이런 이미지가 빠르게 도는 순간이 바로 브랜드가 프레피룩을 다시 유행의 중심으로 끌어오려는 흐름의 실제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참석자 면면이 케이팝부터 스포츠까지 걸쳐 있었던 만큼, 이 룩들이 각 팬덤 안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소비되는지를 따라가 보면 프레피룩이라는 클래식 코드가 다음 시즌 대중적 유행으로 이어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쇼는 한 시즌의 옷보다, 헤리티지 브랜드가 자기 역사를 어떻게 다시 꺼내 쓰는지를 보여주는 실험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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