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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ZZ WE TRIED IT · 5 MIN READ

40년차 퍼포먼스 아티스트가 연 창작 수업

있는 것으로 시작하라는 새 원칙

JD 젤리비 편집국 · 2026.08.26 SHARE · COPY LINK

있는 것으로 시작하라는 새 원칙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언더그라운드 신을 40년 넘게 지켜온 퍼포먼스 아티스트 켐브라 파흘러가, 지난 7월 말 미국 뉴욕주 겐트에 있는 비영리 예술기관 아트 오미에서 직접 '퍼포먼스 아트 101' 수업을 열었다. 발라클라바와 선글라스, 짙은 립스틱 차림으로 등장한 그가 초록색 점프수트를 입고 커다란 노움 모양 종을 울리며 수업 시작을 알린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40년 넘게 전신 바디페인트와 3단 검은 가발, 스틸레토 부츠로 무대를 지배해온 인물이, 이제는 자신이 무대에서 체득한 원칙을 언어로 정리해 다음 세대에게 직접 전달하는 자리에 선 것이다. 화제가 되는 지점은 수업 내용 그 자체다. 비싼 장비나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지금 손에 있는 것'을 쓰는 태도를 예술의 출발점으로 제시했기 때문인데, 이는 콘텐츠 제작비가 곧 완성도로 여겨지는 요즘 분위기와 정확히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무엇이 달라졌나

파흘러가 화이트보드에 크게 적은 단어는 'AVAILABISM(어베일러비즘)'이다. 그가 직접 만든 개념으로, 무대 위에서 값비싼 의상 대신 손에 잡히는 대로 자른 시트 한 장을 몸에 두르고 등장하는 방식처럼, '지금 구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하는 창작 철학이다. 이 원칙은 무대 위 소품 선택에 그치지 않고 삶 전반의 태도로 확장된다. 수업 중 한 참가자가 자신이 수줍음이 많다고 말하자, 파흘러는 "그 수줍음을 붙잡고 있으라"고 답했다. 수줍음은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자질이며, 스포트라이트를 갈망하는 사람과는 오히려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즉 무대의 중심에 서는 배우만이 아니라 연출자, 의상 제작자 등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역할을 찾아 맡는 것 자체가 어베일러비즘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기억되는 인물이 정작 강조한 건 '없는 것을 흉내내지 말고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언뜻 소박해 보이는 원칙이었다. 40년간 무대 위에서 과잉과 파격으로 각인된 이미지와, 교실에서 조용히 절제와 수용을 설파하는 태도가 나란히 놓인다는 점 자체가 이 수업을 특별하게 만든다.

왜 지금인가

이 워크숍이 눈에 띄는 이유는 시점과 발화자의 조합에 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요즘의 창작 환경은 장비와 제작비, 정교한 연출이 곧 콘텐츠의 완성도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 흐름 속에서, 40년 넘게 실제로 언더그라운드 무대를 지켜온 인물이 '가진 것만으로 시작하라'는 원칙을 공개 수업으로 풀어낸 것은 단순한 조언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파흘러는 대형 상업 무대가 아니라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실험적 퍼포먼스 신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고, 그가 말하는 어베일러비즘은 제작비가 없어서 택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오랜 시간 다듬어온 하나의 방법론으로 제시된다는 점이 다르다. 비영리 예술기관인 아트 오미가 이런 수업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마련했다는 사실도, 즉흥성과 접근성을 앞세운 창작 태도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예술교육 현장에서도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값비싼 장비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최근 창작 교육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고, 그 메시지를 다른 누구도 아닌 40년 경력의 실전파가 직접 전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배가된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수업은 아트 오미의 120에이커 규모 조각·건축 공원 부지에서 열린 일회성 성격이 강하지만, 파흘러가 정리한 어베일러비즘 개념 자체는 앞으로 그의 다른 강연이나 인터뷰에서도 반복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오랫동안 이끌어온 퍼포먼스 그룹 '더 볼립추어스 호러 오브 카렌 블랙' 활동과 이 철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 원칙이 다음 세대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의 실제 작업 방식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지켜볼 만하다. 무엇보다 '가진 것으로 시작하라'는 메시지가 자원이 부족한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진입장벽을 낮추는 언어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이미 입지를 다진 예술가의 여유로만 소비되고 끝날지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비영리 예술기관들이 이런 형태의 실전형 워크숍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계속 편성할지, 그리고 '어베일러비즘'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유행어로 퍼져나갈지도 이어서 지켜볼 대목이다.

#Kembra Pfahler’s#Kembra Pfahler#Few#Lower East Side’s#Pfahler’s#Pfah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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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차 퍼포먼스 아티스트가 연 창작 수업

있는 것으로 시작하라는 새 원칙

젤리비 편집국·2026.08.26·5 MIN

있는 것으로 시작하라는 새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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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달라졌나 왜 지금인가 다음에 볼 것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언더그라운드 신을 40년 넘게 지켜온 퍼포먼스 아티스트 켐브라 파흘러가, 지난 7월 말 미국 뉴욕주 겐트에 있는 비영리 예술기관 아트 오미에서 직접 '퍼포먼스 아트 101' 수업을 열었다. 발라클라바와 선글라스, 짙은 립스틱 차림으로 등장한 그가 초록색 점프수트를 입고 커다란 노움 모양 종을 울리며 수업 시작을 알린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40년 넘게 전신 바디페인트와 3단 검은 가발, 스틸레토 부츠로 무대를 지배해온 인물이, 이제는 자신이 무대에서 체득한 원칙을 언어로 정리해 다음 세대에게 직접 전달하는 자리에 선 것이다. 화제가 되는 지점은 수업 내용 그 자체다. 비싼 장비나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지금 손에 있는 것'을 쓰는 태도를 예술의 출발점으로 제시했기 때문인데, 이는 콘텐츠 제작비가 곧 완성도로 여겨지는 요즘 분위기와 정확히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무엇이 달라졌나

파흘러가 화이트보드에 크게 적은 단어는 'AVAILABISM(어베일러비즘)'이다. 그가 직접 만든 개념으로, 무대 위에서 값비싼 의상 대신 손에 잡히는 대로 자른 시트 한 장을 몸에 두르고 등장하는 방식처럼, '지금 구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하는 창작 철학이다. 이 원칙은 무대 위 소품 선택에 그치지 않고 삶 전반의 태도로 확장된다. 수업 중 한 참가자가 자신이 수줍음이 많다고 말하자, 파흘러는 "그 수줍음을 붙잡고 있으라"고 답했다. 수줍음은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자질이며, 스포트라이트를 갈망하는 사람과는 오히려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즉 무대의 중심에 서는 배우만이 아니라 연출자, 의상 제작자 등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역할을 찾아 맡는 것 자체가 어베일러비즘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기억되는 인물이 정작 강조한 건 '없는 것을 흉내내지 말고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언뜻 소박해 보이는 원칙이었다. 40년간 무대 위에서 과잉과 파격으로 각인된 이미지와, 교실에서 조용히 절제와 수용을 설파하는 태도가 나란히 놓인다는 점 자체가 이 수업을 특별하게 만든다.

왜 지금인가

이 워크숍이 눈에 띄는 이유는 시점과 발화자의 조합에 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요즘의 창작 환경은 장비와 제작비, 정교한 연출이 곧 콘텐츠의 완성도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 흐름 속에서, 40년 넘게 실제로 언더그라운드 무대를 지켜온 인물이 '가진 것만으로 시작하라'는 원칙을 공개 수업으로 풀어낸 것은 단순한 조언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파흘러는 대형 상업 무대가 아니라 로어이스트사이드의 실험적 퍼포먼스 신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고, 그가 말하는 어베일러비즘은 제작비가 없어서 택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오랜 시간 다듬어온 하나의 방법론으로 제시된다는 점이 다르다. 비영리 예술기관인 아트 오미가 이런 수업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마련했다는 사실도, 즉흥성과 접근성을 앞세운 창작 태도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예술교육 현장에서도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값비싼 장비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최근 창작 교육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고, 그 메시지를 다른 누구도 아닌 40년 경력의 실전파가 직접 전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배가된다.

다음에 볼 것

이번 수업은 아트 오미의 120에이커 규모 조각·건축 공원 부지에서 열린 일회성 성격이 강하지만, 파흘러가 정리한 어베일러비즘 개념 자체는 앞으로 그의 다른 강연이나 인터뷰에서도 반복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오랫동안 이끌어온 퍼포먼스 그룹 '더 볼립추어스 호러 오브 카렌 블랙' 활동과 이 철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 원칙이 다음 세대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의 실제 작업 방식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지켜볼 만하다. 무엇보다 '가진 것으로 시작하라'는 메시지가 자원이 부족한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진입장벽을 낮추는 언어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이미 입지를 다진 예술가의 여유로만 소비되고 끝날지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비영리 예술기관들이 이런 형태의 실전형 워크숍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계속 편성할지, 그리고 '어베일러비즘'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유행어로 퍼져나갈지도 이어서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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