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트니 스피어스 VMA 무대, 25년째 재현되는 이유
라이브니스는 복제할 수 없다는 증거
라이브니스는 복제할 수 없다는 증거
오는 9월 6일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2001년 MTV VMA 무대에서 "I'm a Slave 4 U"를 처음 선보인 지 정확히 25년이 되는 날이다. 케이지 안에 갇힌 채 등장해 살아 있는 호랑이와 나란히 서고, 클라이맥스에서는 진짜 비단뱀을 어깨에 두른 채 무대를 휘젓던 이 퍼포먼스는 이후로도 수많은 팝스타의 레퍼런스로 끊임없이 소환돼 왔다. 흥미로운 건 25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무대가 "원본"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팝 신에서는 과거 아이코닉한 무대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거나 오마주하는 흐름이 두드러졌는데, 그 기준점 역할을 여전히 이 무대가 맡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다시 짚어볼 만한 지점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 퍼포먼스가 처음부터 지금 같은 위상을 노리고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당시 미발매곡이던 "I'm a Slave 4 U"를 "정글 세팅에 트위스트를 더한" 콘셉트로 론칭하기 위해 MTV가 무대설계사 STUFISH를 섭외했고, 이 회사의 CEO 레이 윙클러가 직접 스피어스와 작업했다. 윙클러는 훗날 이 작업을 두고 "쇼 안에 브리트니가 정말 많이 들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회고했고, 스피어스에 대해서는 "매우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 "정말 사랑스러웠다"고 표현했다. 이국적인 동물을 무대에 올리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당시 스피어스의 안무·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웨이드 롭슨과 소속 레이블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지·호랑이·비단뱀이라는 조합은 그 시절 기준으로도 파격이었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더 놀랍다. 동물 복지 이슈가 훨씬 예민해진 요즘 무대에서는 사실상 재현 자체가 불가능한 연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배 아티스트들의 오마주는 늘 "복제"가 아니라 "번역"에 가깝게 이뤄진다. 2024년 VMA에서 메건 디 스탤리언은 실제 비단뱀까지 동원해 이 장면을 가장 직접적으로 재현했고, 2025년 코첼라에서는 타일라가 그린 브라와 짧은 데님 룩으로 비교 대상이 됐다(본인은 스피어스에게서 영감받은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원본은 그대로 있고, 그 주변에서 계속 새로운 해석이 덧붙는 구조다.
왜 지금인가
이 시점에 이 무대가 다시 회자되는 데는 25주년이라는 달력상의 우연 말고도 몇 가지 맥락이 겹친다. 첫째는 팝 신 전반에서 "라이브 퍼포먼스의 진짜 밀도"를 그리워하는 정서다. 무대 연출이 CG와 영상 매핑, 사전 녹화 백킹보컬로 채워지는 시대에, 살아 있는 맹수와 함께 스테이지에 서는 위험 부담을 실제로 감수했던 퍼포먼스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느껴진다. 둘째는 레퍼런스 경쟁이 SNS 시대 팝스타들의 흔한 전략이 됐다는 점이다. 완전히 새로운 무대를 짜는 대신, 팬덤이 이미 알고 있는 상징적 순간을 소환해 "이번엔 내가 이걸 어떻게 비틀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 화제성 확보에 훨씬 효율적이다. 메건 디 스탤리언과 타일라의 사례가 몇 년 간격을 두고 반복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셋째는 무대 디자이너라는 직군 자체가 재조명되는 흐름이다. 윙클러는 롤링 스톤스,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 비욘세, 사브리나 카펜터, 2026년 저스틴 비버의 코첼라 무대까지 설계해온 인물로, 결국 "무엇이 아이코닉한 무대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실무자다. 아티스트 개인의 비전만큼이나 이를 구현하는 설계자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이 이번 25주년 계기로 다시 부각되는 셈이다.
다음에 볼 것
25주년을 기점으로 이 무대에 대한 재조명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매년 VMA나 코첼라 같은 대형 무대에서 오마주가 반복돼온 만큼, 올해나 내년 시상식 시즌에 또 다른 아티스트가 이 순간을 변주해 무대에 올릴 가능성을 지켜볼 만하다. 특히 윙클러가 여전히 현역으로 대형 무대를 계속 설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2026년 코첼라의 저스틴 비버 무대까지 그의 손을 거친다는 사실은, 이 25년 전 무대의 설계 철학이 지금의 팝 스테이지 문법에도 여전히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결국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건 단순하다. 진짜 위험을 감수한 라이브 순간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대체되지 않고, 오히려 그 자체가 계속 참조되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화려한 영상 기술이나 정교한 연출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순간 실제로 무대 위에 있었다"는 사실성만큼은 복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 25주년이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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