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부부, 40배 웃돈에서 무료 나눔까지: 그리고 다시 터졌다
정점 27~40배 리셀가에서 중고 무료 나눔으로, 월드컵 한 방으로 거래량 30배 반등한 롤러코스터의 전말
정점 27~40배 리셀가에서 중고 무료 나눔으로, 월드컵 한 방으로 거래량 30배 반등한 롤러코스터의 전말
작년 이맘때, 라부부 하나 구하려면 정가의 최고 40배를 웃돈으로 얹어줘야 했다. 손톱만 한 인형 하나에 70만 원이 넘는 돈이 오갔고, 오픈런 대기줄은 매장 바깥까지 늘어섰다. 그런데 지금, 2026년 8월 중고 거래 게시판을 열어보면 같은 라부부가 '무료 나눔'으로 올라와 있다. 폭등에서 폭락까지 걸린 시간은 딱 1년. 그리고 놀랍게도 이야기는 여기서 안 끝난다. 지난 6월, FIFA 월드컵 개막식에 라부부가 등장한 지 며칠 만에 거래량이 30배로 다시 튀어 올랐다. 급등, 급락, 재점화: 웬만한 품절템은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사이클을 라부부는 지난 1년 새 전부 압축해서 통과했다. 이 롤러코스터를 순서대로 따라가 보면 '왜 이렇게까지 화제였나'보다 더 재밌는 질문이 남는다. 다음 순번은 누구일까. JELIBI가 그 타임라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봤다.
지금 라부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라부부는 홍콩 아티스트가 만든 캐릭터를 중국 완구기업 팝마트(POP MART)가 블라인드박스 형태로 팔면서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캐릭터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자를 뜯는 재미, 그리고 '히든(시크릿)' 확률템을 뽑았을 때의 짜릿함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리셀 시장까지 폭발적으로 커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보통 유행템은 뜨고 지는 방향이 한 쪽으로만 흐르는데, 라부부는 지난 1년 사이 정점과 바닥, 그리고 재반등까지 세 국면을 전부 겪었다. 그것도 순서대로, 아주 빠르게. 마치 굿즈 하나가 주식 종목처럼 급등락 차트를 그린 셈이다. 지금부터 그 타임라인을 숫자로 짚어본다.
1막: 정가의 40배, 그게 실화였던 시절
2025년 라부부 리셀 시장의 기록을 보면 지금도 믿기 어렵다. 정가 99위안(약 2만3000원)짜리 제품이 중고 거래에서 최고 2700위안(약 71만원)까지 거래됐다. 약 27배 프리미엄이다. 더 심한 경우도 있었다. 정가 79위안(약 1만8000원)짜리는 최고 3200위안(약 72만원)까지 뛰었다. 무려 40배. 편의점에서 2만 원짜리 물건을 사려고 80만 원을 쓰는 셈이니, 당시 오픈런 현장이 얼마나 살벌했을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이 시기가 바로 라부부를 '단순 장난감'에서 '리셀 재테크 수단'으로 바꿔놓은 순간이었다.
2막: 며칠 사이 헐값, 심지어 무료 나눔까지
그런데 2026년 상반기로 넘어오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 6월 출시된 '레트로 바버샵' 시리즈는 정가가 159위안(약 3만6000원)인데, 초기 리셀가는 오히려 정가보다 약 30% 저렴하게 풀렸다. 확률이 가장 낮은 히든 캐릭터조차 최고가가 879위안, 정가 대비 5.5배 수준에 그쳤다. 1년 전 27~40배를 찍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다. 일부 판매자는 아예 무료 나눔 게시글을 올렸다. 정가를 주고도 못 구해서 발을 동동 구르던 물건이, 이제는 '가져가실 분?' 소리를 듣는 처지가 된 거다. 여파는 굿즈 시장 밖으로도 번졌다. 팝마트 회장의 자산은 수십억 달러 단위로 증발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JP모건은 팝마트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낮췄다. 주가는 한 달 사이 15% 빠졌다. 캐릭터 하나의 인기가 식은 게 상장사 시가총액까지 흔든 셈이다.
""40배 웃돈 주고도 못 구하더니 이젠 헐값": 국내 언론이 붙인 이 헤드라인 한 줄이 라부부의 2026년 상반기를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다."
3막: 월드컵이 불을 다시 붙였다
완전히 꺼지나 싶던 불씨를 되살린 건 뜻밖에도 축구였다. 6월 12일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에 라부부가 등장하자, 며칠 사이 거래량이 30배, 검색량이 300% 뛰었다. 팝마트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더 몬스터즈 × FIFA 시리즈' 콜라보를 내놨다. '캐치 더 윈' 비닐 플러시 인형은 정가 599위안(약 89달러)인데 최대 660위안까지 웃돈이 붙었다. 중고거래 플랫폼 포이즌(Poizon)에서는 유리컵 컬렉션의 시크릿 레어가 59위안에서 479위안까지, 약 6~7배로 뛰었다. 무료 나눔까지 나오던 시장이 지구촌 스포츠 이벤트 하나로 순식간에 되살아난 거다.
- 27배: 2025년 정가 99위안 제품의 최고 리셀 프리미엄
- 40배: 2025년 정가 79위안 제품의 최고 리셀 프리미엄
- 5.5배: 2026년 6월 '레트로 바버샵' 히든 캐릭터 프리미엄
- 30배: 월드컵 등장 후 며칠 새 늘어난 거래량
- 6~7배: 포이즌 유리컵 시크릿 레어 프리미엄
4막: 8월 신작 '라부부 4.0', 프리미엄이 안 붙는다
그리고 지금, 8월 말 출시된 신작 '라부부 4.0' 얘기다. 공식가는 79위안(약 1만1000~1만6000원대). 그런데 중국 리셀 플랫폼 더우(Dewu)에서는 출시 직후 오히려 가격이 약 30% 내려가 개당 115위안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1년 전 같은 정가대 제품이 40배까지 튀었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지금은 유의미한 프리미엄이 거의 형성되지 않는 분위기다. 리셀 투기 목적보다는 실제로 갖고 싶어서 사는 사람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품이 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팬'만 남은 셈이다.
팝마트의 다음 카드: 탈(脫)라부부
팝마트도 손 놓고 있지 않다. 라부부 하나에 올인하는 대신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중이다. 2025년 9월엔 텔레토비와 콜라보를 내놨고, 블랙핑크 제니와 스트레이키즈 필릭스, 나나가 착용 인증을 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디즈니·미키·케어베어스 IP로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건 2024년 8월 처음 공개된 '작은별' 캐릭터다. 최근 나온 '맛있는 한입' 시리즈는 현지시각 밤 10시 온라인 출시 직후 단 몇 초 만에 매진됐다. 정가 59위안짜리가 시장가 249위안(3배)까지, 히든 에디션은 929위안(약 15배)까지 뛰었다. 라부부 미니버전이 요즘 11배 안팎인 걸 감안하면, '작은별'이 라부부보다 더 뜨거운 순간도 있다는 뜻이다. 팝마트 입장에서는 라부부가 식어도 회사 전체 열기는 식지 않게 만드는 보험을 여러 개 들어놓은 셈이다.
라부부의 1년은 품절템의 일생을 압축 재생해 놓은 표본 같다. 오픈런과 40배 웃돈으로 시작해서, 무료 나눔이라는 바닥을 찍고, 월드컵이라는 외부 이벤트 하나로 거래량이 30배 튀어 오르는 반등까지: 이 정도로 극적인 곡선을 그린 굿즈는 흔치 않다. 다음으로 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 '라부부 4.0'이 지금의 무프리미엄 기조를 벗어나 다시 웃돈을 만들어낼지. 둘, '작은별'이 정말로 라부부의 바통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될지. 어느 쪽이든, 팝마트발 품절템 롤러코스터는 아직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 JELIBI는 다음 국면도 놓치지 않고 계속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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